등 단 소 감
김 희 종 신부의 머리에 얹은 화환은 아름다웠습니다. 맑고 투명한 빛깔들의 꽃과 하얀 구름들로 엮어진 화환은 신랑이 보내온 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랑이 신부에게 얹어준 화환은 모두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영롱함이 아닌, 신부를 비밀스럽게...
사랑하는 이유
김 희 종 슬픈 사람이 기쁘고 싶어 사랑합니다. 노여운 사람이 감사하고 싶어 사랑합니다. 곤고한 사람이 자유하고 싶어 사랑합니다. 맺혀진 사람들이 화목하고 싶어 사랑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주님을 뵙고자 사랑합니다. p....
은 혜
김 희 종 해가 뜰 때에도 해가 질 때에도 거기에 하나님의 밝음이 있어 그곳에 머뭅니다. 바람이 불 때에도 물결이 칠 때에도 거기에 하나님의 신비함이 있어 그곳에서 아름다워집니다. 미움이 있을 때도 사랑이 있을 때도 거기에 예수님의...
간 구
김 희 종 아버지여 내가 죽겠나이다. 외쳐 울면서 한참을 꿈속에서 헤매다 눈을 떠보니 나는 살아 있고 생각은 헛되어 이제 버리렵니다. 아버지여 내가 살아 보겠습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눈을 감았더니 나는 죽었고 생각은 아버지의 것이라 나를...
아름다운 사람
김 희 종 아름다운 사람이 속에 들어있어 나의 겉을 감싸 줍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속에 들어 있어 나의 겉을 깨뜨려 줍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속에 들어 있어 나의 겉을 잘라 버려 줍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속에 들어 있어 나의 겉을...
홀로 된 존재
김 희 종 우린 가버린 사람 때문에 혼자 있을 연습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가버리면 둘이 있었던 빈자리 너무 아파서 잠 이루지 못할 밤 때문이다 아무리 용감한 사람일지라도 남겨진 사람은 외로워 생각 없이 마음이 헤퍼지기 때문이다 우린 다시...
아침 같은 밤
김 희 종 아침 같은 밤이 있다 어둠보다 짙은 파도의 소리를 담고 밤을 가르는 새 날을 만든다 하얀 파도가 하늘로부터 밀려온다 슬픔과 외로움을 남김없이 거두어 내며 새벽 같은 그분의 일을 시작한다 바닷속 깊이 숨겨 놓은 달이 떠오른다...
사 랑
김 희 종 사랑은 캄캄한 밤에 와도 빛이라 금방 찾을 수 있다 사랑은 메마름 속에서도 이슬 같아 금방 느낄 수 있다 사랑을 찾지 않을 땐 어두움 깊이 숨겨졌을 때다 사랑을 못 느낄 땐 욕심이 날 잡고 있을 때다 잎보다 먼저 피는 목련꽃처럼...
신 부
김 희 종 작은 아름다움은 작은 아픔과 조그만 슬픔을 담은 채 아주 큰 아픔과 조그만 슬픔을 담은 채 아주 큰 아픔과 깊은 오열을 가라앉히며 커다란 아름다움을 만들어 간다 가슴과 마음을 헤치며 번져가 버리는 진한 고통 속에 순결한 향기의...
바다와 하늘
김 희 종 바다가 한없이 깊어 좋았는데 하늘은 끝없이 높아 더 좋다 바다와 고요가 어울리는 소리라 좋았는데 하늘과 구름이 다정한 그림이라 더 좋다 바다는 늘 푸르러 시원해 좋았는데 하늘은 가끔 회색이 있어 더 좋다 바다를 타면 멀리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