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끝까지 가는 냄새
따가운 주홍빛 햇살에 까만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과 초록빛 바다처럼 맑고 동그란 눈이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 외딴 집 아이들. 바쁜 한 주간이 지나고 엄마가 깨끗이 손질해주신 드레스와 자줏빛 구두를 내어 신는 주일날이 더욱 기다려지는 아이들. 교회...


엄마의 용서
준서의 새 공은 친구들을 한 번씩 돌아가며 축구주장이 되게 해주고 있었죠. 달음박질이 꼴찌인 난 한 번도 새 공을 차보지 못한 채 구경만 했죠. TV에 나오는 선수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준서의 허락 없이 난 잡은 공을 휙! 힘 있게...


하나님 응원 밭
작년 가을 떨어졌던 꽃들과 잎사귀는 어디로 갔을까? 흙과 함께 앉았더니 흙이 돼버렸나? 흙 속에 심어져 흙을 먹으며 자란 분홍 빨강 색색이 꽃 피우게 하는 땅속은 신기하기만 하죠. 아마도 여름내 숲을 채웠던 풀벌레 지렁이 굼벵이 가시넝쿨...


고집쟁이 바보 아이
난 말했죠. “아빠, 쪼르르 새가 울죠?” “또르르 새가 노래하는구나.” 나와 아빤 몇 번이나 서로 다른 새 소리에 대해 주고받았죠. 그러나 우리 아빤 무엇이나 잘 아시는 박사님이라 난 화를 내진 않았지만, 아빠와 더는 말도 하기 싫어졌어요....


날 골탕 먹이던 내 눈
“우와∼ 진짜 멋지다!” 이렇게 멋진 빨간 자동차만 있으면 난 밥도 안 먹고 엄마가 없어도 혼자 있을 수 있죠. 잽싸게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온 빨간 장난감 차. 이젠 내 것이 되었지요. 아무도 몰래 석기의 빨간 자동차가 내 방에 옮겨지고 나의...


하늘나라 자석
서로 명령을 주고받는 내 몸과 내 몸속 생각의 대장은 누구일까요? 내 몸은 엄마가 읽으라는 책에 붙잡혀 있고 내 생각은 오늘 놀이터에서 만난 새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책 속 글자들은 내게 아무 이야기도 못 해 주고, 제 눈은...


하늘 사랑 물
물은 어디에나 있지요. 하늘과 땅, 바다 그리고 내 몸 안에도 있지요.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멀리까지 흐르기도, 잔뜩 화가 난 듯 꼼짝도 않은 채 얼어붙어 있기도 하죠. 그렇지만 따뜻한 물이나 불로 언 몸을 녹여주면 사르르 언제 그랬냐는 듯...


속고 있는 속마음
“얘들아!” 엄마의 환한 목소리는 즐거운 엄마의 마음을 듣는 것 같았죠. 치즈와 햄이 듬뿍 올려진 피자의 가운데 조각은 내 것이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한입에 넣어진 피자 조각으로 불룩해진 동생의 볼에 권투선수 같은 내 주먹을 날려 보내고 말았죠....


교회
교회는 하나님께서 부르신 사람들이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모여진 사람들이라 하죠. 욕심쟁이 고집쟁이 일등이 뽐내기쟁이 심술쟁이 찡그린 얼굴들을 가지고 들어와 시끌시끌 짜증 날 일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몸속 깊이 하나님 보물이 숨겨진 친구들이라...


내 친구
나를 정말 좋아하는 내 친구. 살짝 감추어 두었다가 주는 초콜릿이며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하는 예쁜 바비 인형 드레스를 마음대로 바꾸어 입히게 하는 친구죠. 우리 언닌 자기 필통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거든요. 난 친구의 바비 인형의 금발머리에 예쁜...